50년대 후반에 태어난 우리세대는 태어나서 부모와 가족의 얼굴을 익히고 사물의 이름들을 익히면서부터 전쟁이라는 단어를 듣고 자랐습니다. 준 전시상태였던 시절에 군 생활을 하신 아버지와 삼촌들은 친구들과 모이기만 하면 두렵고도 힘들었던 군 시절 이야기를 하셨고 국민학교 수업시간에도 반공교육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놀이도 자연스레 전쟁놀이가 많았습니다. 대부분 학급에는 우등생도 반장도 아니면서도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대장(!)이 있었는데 그 대장을 중심으로 이쪽저쪽으로 편을 갈라 일이학년 저학년들은 학교 뒤에 있던 나지막한 산소를 사이에 두고 싸웠고 고학년들은 산비탈을 타고 다니며 싸웠습니다.
치고받는 몸싸움이 아니라 몸을 숨기고 신호를 보내는, 진격을 하고 후퇴를 하는, 머리를 써서 작전을 짜고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그래서 고지를 점령하는 지금 생각하면 팀웍이 아주 중요한 놀이였습니다. 축축한 땅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리기도 하고 바위 뒤에 몸을 숨기도하고 나무를 타고 올라 상대의 동향을 살피기도 했습니다. 싸움에서 진 날이면 거친 숨소리를 내며 무엇 때문에 젔는지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다음날의 승리를 위하여...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나는 전쟁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잊고 살뿐...
5월 15일 울릉군민회관에서 남한권준장님의 안보특강이 있었습니다. 울릉도가 생기고 처음 장군이 되신 분이라 우리 군민의 자랑이기도 하거니와 편안하고 안락해 잊고 살았던 우리의 안보현실을 다시금 점검하게 하는 시간이었기에 무척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영상을 보며 힘없던 시절의 우리 역사를 보았고 민족의 비극인 6.25를 보았고 부모 잃은 고아를 보았고 남편과 자식 잃은 여인들을 보았고 상처 입은 이 강산을 보았습니다. 전쟁만큼이나 어려웠던 가난을 보았고 먹고 살기위해 해외로 나간 근로자들의 눈물을 보며 손수건을 돌려가며 울었습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한 어르신들의 한숨 소리도 들었습니다. 발전된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면서 대단한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느꼈고 천안함사태를 다시 보며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현실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입니다. 회관을 가득 메운 군민들 모두가 조국이 없다면 풍요롭고 자유로운 우리들의 삶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을 줄로 압니다.
울릉도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어렵고 바쁜 중에도 고향을 잊지 않고 찾아주신 남한권준장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강의를 들었던 모든 주민에게 따뜻한 국밥 한 그릇씩 먹고 가게 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장군님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